호텔업로고

어제 아침 트위터에선 한 바탕 소동이 있었습니다. 인천 지역에 무장군인들이 출연했다는 소식이 떠다녔습니다. 놀란 시민들이 사실 확인을 해달라는 글들을 계속 올렸습니다.

출근하자마자 국방부 공보실에 확인해보았습니다. 사실이었습니다. 인천 지역에서 OO부대가 실전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부대마다 정기적으로 국지 도발과 침투 대비 훈련을 하는데 이번에는 인천 도심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훈련이냐고 묻자 그건 아니고 통상적인 훈련이라고 하더군요. 군은 확대해석을 해선 안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군이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선거용 북풍 조성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민들의 제보가 계속 잇따랐습니다.

일단 인천으로 출동했습니다.

실제 인천시에 도착해보니 OO 지역에서 군인들을 잔뜩 실은 군용 트럭이 왔다갔다 하고 몇몇 군인들이 무릎 높이만큼 올라오는 진지를 쌓아 놓고 횡단보도 등지에서 보초를 서고 있더군요. 물론, 등 뒤에는 실탄을 착용한 총을 매고 있었고요.

인천 시민 몇몇을 붙잡고 물어보았습니다.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일부는 “우리 군인 멋있다”고 외치기도 했지만 일부는 “사전 통보없이 웬 군사 훈련이냐”며 의아한 눈빛을 보냈습니다. “계엄상황도 아닌데 좀 무섭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다만 시민들은 공통적으로 도심에서 최근에 이런 훈련을 본 적은 없다고 했습니다. 군은 대북 긴장 상태와는 관련없는 통상적 훈련이라고 해명했지만 시민들은 대부분 천안함 사건과 연관지어 해석하고 있었습니다.

군은 언론이 취재를 시작하자 민감하게 대응했습니다. 일단 카메라를 통제시키고, 기사를 낼 건지 말 건지 민감하게 묻더군요. 저는 자세한 설명을 드리고 군 부대와 사병들의 얼굴은 노출하지 않을 것이니 안심하라고 말한 뒤 계속 취재를 했습니다. 해당 부대는 1시간 뒤 훈련을 접고 철수 했습니다.

제가 볼 때 이번 사건은 민감한 시기에 시민들이 다소 좀 필요 이상으로 놀란 것입니다. 군은 통상적 훈련을 한 것이고, 사실 군으로서는 도심 시가전 대비도 늘 해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군 역시 조금 세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전쟁 위기 상황입니다. 게다가 선거철이지요. 시민들로서는 이래 저래 다양한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시민들이 필요 이상으로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탓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군이 훈련을 하는 것은 좋지만, 미리 군이 훈련 계획을 알리고 시민들을 안심시키는 것에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했던 것 아니었나 싶습니다. 군은 지방자치 단체에 훈련 계획을 통보했다고 했지만 이걸 전해들은 시민들은 없었습니다.

군은 인천 도심에서 28일까지 시가전 훈련을 한다고 합니다.

시민 여러분 놀라지 마시고요.

우리 군 역시 힘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