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신체 건강한 남성도 만 하루 동안 잠을 자지 못하면 체내 스트레스호르몬이 증가하고, 주의력과 작업기억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 교수팀은 수면 박탈이 주의력과 작업기억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20대의 건강한 남성 5명을 대상으로 24시간 잠을 재우지 않는
인체실험을 통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25일 밝혔다. 논문은 이 분야 국제학술지(Journal of Clinical Neurology) 최근호에 실렸다.
논문에 따르면 시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평균나이 25.3세로, 모두 주간 졸음증이 없는 정상 수면자였다. 또 복용 중인 약물이나 정신병력도 없었다.
시험은 참가자들이 정상적으로 잠을 잔 다음 날 오전 7시 인지기능 평가(CPT)를 하고, 이튿날 오전 7시까지 24시간에 걸쳐 잠을 재우지 않은 다음 인지기능을 다시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와 함께 체내 스트레스 호르몬(코티졸, 에피네프린,
노르에피네프린)과 혈당, 염증 표지자(ESR, CRP)의 혈청 농도도 함께 측정했다.
그 결과 수면 박탈 이후 인지기능 평가에서 모든 참가자의 오답률은 난이도가 상승함에 따라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특히 저 난도에서는 정상적으로 잠을 잤을 때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고난도에서는 정답을 맞히지 못한 비율이 수면박탈 전보다 61.7%나 높아졌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24시간 수면 박탈 이후 집중력과 작업기억이 손상됐고, 특히 더 복잡한 일을 하는 데 있어 수행 능력이 저하되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 수면 박탈 후에는 청각자극이나 시각자극에 대한 반응도 확실하게 느려졌다.
코티졸과 에피네프린,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는 수면 박탈 이후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관찰됐다.
피로도 수치도 잠을 못 잔 지 하루 만에 1.2에서 6.3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혈압과 맥박, 혈당, 염증표지자(ESR and CRP)의 평균값은 수면 박탈전과 수면 박탈 24시간 후에 유의성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혈압이나 혈액 수치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은 24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한정해 시험이 이뤄졌기 때문에 상호 연관성을 찾은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홍승봉 교수는 "이번 연구는 24시간 수면 박탈이 스트레스 호르몬의 혈청 농도를 증가시키고, 수면 박탈 그 자체가 스트레스를 유도하는 상황을 보여준다"면서 "여러 가지 시험 결과로 볼 때 건강한 사람일지라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상황에서는 더 쉽게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결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만약 밤을 새우는 등의 야근이 많은 근무자라면 수면부족이 인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항상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