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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고백.
익명등록일2023.01.05 21:04:24조회1,605

	

나는... 경력8년차.

 

현재 서울 왕십리에 있는 객실 48개짜리 모텔에서 일한다.

 

주차도 해야 하긴하는데, 차 손님이 많지는 않아서 할만해.

 

월급여는 

 

기본급 270 + 더블 월평균 15 + 맥주 여름엔 30 / 겨울엔 10 = 월급여 300~330 정도.

 

우리모텔은 토요일 외에는 더블이 없고(야간보조 있음)

 

요즘엔 날이 추워서 맥주는 꽐라 아니고서는 거의 안팔린다.

 

당번 빡시게 몇년 고생해서 돈 모으자라는 말이 많자나?

 

근데.... 빡시게 고생해서 돈 모은다는 말을 하기에는 300초반 월급이 너무 작긴하다.

 

내 친구중에 그냥 작은 사무실 다니는 친구가 있는데, 월280만원에 주 5일, 일일8시간근무(칼출칼퇴) , 빨간날 다 쉬고....

 

음....

 

그 친구보다 20~50만원씩은 내가 더 벌고는 있지만, 삶의 질은 그 친구가 비교도 안되게 높지.

 

나도 이제 모텔짬밥이 8년도 넘다보니... 이제는 이직도 안해.

 

지금 일하는 왕십리에서 일한지가 1년 9개월째...

 

솔직히 까놓고 이야기하기로 했으니.....말해보면 1년 9개월이면 내 경력중 두번째로 길게 근무한거야.

 

가장 길게 일한곳이 딱 2년 채운 곳이 있었어.

 

그 외에는 3개월, 6개월....길어봤자 1년....

 

장난아니고 경력 8년동안 옮겨 다닌 곳이 10곳은 될듯하다.

 

서울에 왕십리, 강남, 화곡동... 경기도 용인, 파주, 구리, 인천...  

 

징글징글하다....

 

난 끈기가 없는건가.... 아니면 내가 일하는 곳이 너무 열악한건가.... 그것도 아니면 이 업계가 전체적으로 열악한건가... 하는 의문도 많았다.

 

애초에 이 직종을 선택한 나 스스로를 자책도 많이 했다.

 

난 지방에서 지잡대 졸업하고 서울 올라와서 일을 했는데, 당장 머물 곳이 없으니까 숙소제공하는 곳으로 일을 고른거야.

 

숙소제공에 식사도 무료제공이라는 것이 지방에서 올라온 나한테는 가장 필요한 조건이었거든.

 

그렇게 이쪽 일을 시작해보니, 계속 이 길만 걷게 되더라고....

 

근데 되게 웃긴게, 가끔 고향내려가서 친구들 만나면 내가 하고 있는 직업을 숨겼어 ㅋㅋㅋㅋ 

 

창피해서....

 

그냥 여행사에서 일한다고 했지..

 

암튼 그렇게 이 바닥에서 일을 하는데, 한 직장에 오래 근무하는게 쉽지 않더라.

 

그 사이 내 친구들은 한 직장에서 근속기간이 1년 2년.. 5년 6년... 자꾸 늘어가고...

 

한 직장을 오래 다닌다는 것은 그만큼 안정적이라는 이야기일꺼야..

 

직장이 안정적이면 생활도 안정적이 되고, 삶도 안정적으로 되지..

 

 

근데 나는...

 

진짜.. 장난 아니고 20대후반 30대초반에는 한 모텔에 들어가면 6개월 버티는 것도 힘들더라.

 

꾸역꾸역 반년을 버티더라도 1년을 채우는 것도 힘들고...

 

자꾸 나이는 들어가고.... 이직할때마다 이사를 해야하니 그것도 점점 짜증나고... 

 

자꾸 이사 다니다보니 생활이 안정될 수가 없고... 

 

이직하는게 진짜 지긋지긋하다...

 

그래서 지금 여기서 그나마 오래 근무하는 중이야...

 

여러군데 다녀보니, 알고보면 다 거기서 거기더라. 일장일단이지...

 

내가 여기에서 계속 일하는 이유는.... 

 

맞당번캐셔도 착하고 우리 캐셔도 착하고... 진상도 뭐 그럭저럭 없고...

 

 

 

새해가 되니 한살을 또 먹었다.

 

이제는 마흔도 넘었어..

 

어쩌면.... 내가 이 곳을 그만두면 이제는 이직도 어려워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이 마흔넘은 당번을 어디서 쓰려고 하겠어.. 2,30대도 많은데...

 

게다가 요즘 실업률도 엄청 높고 어린 백수들도 엄청 많은데...

 

 

물론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여기에 계속 일하려고는 하는데..

 

뭔가..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한살한살 먹을수록 점점 커져간다.

 

 

이제는 겁많은 쫄보가 되어가나보다...

 

 

익명게시판에 들어오는 동지들 중에도 마흔넘은 친구들도 있겠지?

 

머지 않아 설 자리가 없어지는 날이 오겠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어느날 갑자기 사장님이 면담하자고 하면.....

 

거의 도살장 끌려가는 기분이 들것 같다.

 

 

40대 선배님들, 동기들아

항상 힘내자.

 

20대 30대 후배님들은..... 

(저를 나이 좀 먹었다고 훈계질하는 꼰대라고 생각해주세요)

직업의 노선을 확실히 잡으시길 바랍니다.

 

잠깐만 일하고 말아야지. 라고 생각하시는 후배님들.

저도 그랬어요.

잠깐만 일하고 돈 몇백이라도 손에 쥐고 모텔을 떠났었는데...

새로운 직장을 찾으려니 쉽지가 않고, 짧았던 경력이었지만 그것도 경력이라고 또 모텔로 들어오게 되고,

또 몇개월 못가서 떠났다가도,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또 이 업계로 돌아오게 되네요.

 

아무쪼록 심사숙고 하셔서 현명한 인생의 선택을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길고 긴.... 노망난 노인네같은... 낮술에 취해 시장통에서 "내가 왕년에 말이야~" 하는 코 비뚤어진 할배같은....

그런 두서없는 글입니다만,

호텔업 익명게시판에 들어와서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그럼 올한해도 모두 건강들 하시고, 좋은일 가득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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