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경영학 제1장 ‘돌리고 돌리고 돌려라’ | |
[뉴스 쏙] | |
김진철 기자 | |
한 방에 하루손님 세차례 ‘3회전의 법칙’ 호텔 안부러운 시설·서비스 앞세우고 숙박+문화공간 이미지 개선도 한몫
전국 3만여곳 치열한 생존게임 서울 강서구 화곡1동, 주민센터에서 곰달래길을 건너자마자 별천지가 펼쳐진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말 그대로 불야성인 곳, 화곡동 모텔촌이다. 정확하게 가로 788미터, 세로 220미터 한 블록 안에 무려 100여개의 모텔이 밀집해 있다. 모텔 한 곳당 객실이 30~40개라고 잡으면 화곡1동 한 곳에만 4000개가량의 방들이 이용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유독 많은 것을 꼽자면 교회와 함께 빠질 수 없는 것이 모텔이다. 화곡동은 전국 곳곳에 퍼져 있는 모텔촌 중 하나일 뿐이다. 전국에 과연 모텔은 몇 곳이나 될까? 줄잡아 3만여곳, 수도권에만 1만여곳으로 추정된다. 성인 1000명당 1곳꼴이다. 막연히 많다 싶은 모텔이 실제 전국의 찻집 2만6453곳(2006년 통계청 자료)보다 더 많다는 것은 분명 놀라운 사실이다. 모텔이란 분야가 대한민국 속에서 은밀하게 점점 커지며 거대한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이 많은 모텔들은 어떻게 유지되는 걸까?
필승원리 ‘3회전의 법칙’ 모텔업계의 수익 기준은 회전율이다. 하루 한 방에 손님이 몇 차례 들어오느냐다. 손익의 기준점이 바로 ‘3회전’이다. 물론 숙박업의 속성상 손님이 투숙을 하게 되면 당연히 1일 1회전 이상은 불가능하겠지만, 투숙하지 않고 잠깐 방을 이용하는 이른바 ‘대실’ 손님들의 회전율이 모텔들에는 생존의 조건이다.
모텔은 이런 점에서 급수가 더 높은 호텔들에 없는 강점을 지닌다. 인터넷 모텔 정보 사이트 ‘모가’(모텔가이드, moga.co.kr)의 채경일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특급이든 별 3개든 호텔은 손님이 아무리 많아도 방 하나에 1박밖에 안 된다. 그렇지만 모텔은 들어오고 나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잠깐만 쓰고 가는 손님이 많아 ‘회전’이 생긴다. 대실 3만원짜리 두 개에 숙박 6만원짜리 하나면 12만원짜리 호텔 1박과 같아진다. 이렇게 되면 모텔은 호텔과 같은 매출이 발생할 수 있고 운영비를 따지면 호텔보다 더 짭짤하다.” 실제 모텔들의 매출은 예상 이상이다. 모텔 투자서 <나는 모텔로 돈 벌러 간다>의 지은이 이길원 모텔사랑 대표는 “서울에서 잘되는 방 40개 안팎짜리 모텔이면 보통 다달이 억대 매출을 낸다”고 말했다. 방 40개에서 방당 하루 7만~8만원 매출을 올리면 월 1억원 수준이 된다. 모텔 보증금이 보통 7억~8억원에서 많게는 10억~15억원 정도인데, 월세가 2500만~3000만원에 인건비와 전기·수도료 등 운영비가 월 2500만원 정도 들어간다. 따라서 월 1억원 매출을 올리면 보증금을 융자받아 운영해도 순이익이 1500만원 정도 나온다는 계산이다. 매출액 순이익률이 15%이므로, 제조업보다 훨씬 남는 장사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매출액 순이익률은 7.6%, 현대차는 4.5%, 에스케이텔레콤은 10.9%였다.
모텔사업, 왜 선호할까? 모텔은 원래 자동차 여행자용 숙박시설이란 뜻으로 자동차(motor)와 호텔(hotel)의 합성어다. 도심보다는 주로 교외나 도시 사이의 중간지점 등에 자리잡은 저렴한 숙박시설로 1908년 미국에서 처음 생겼다. 그러나 한국에서 모텔은 전혀 다른 형태로 바뀌어 번창했다. 한국에서 대중적 숙박시설은 1세대 여인숙(또는 여관), 2세대 장급 여관, 3세대 초기 모텔에 이어 최근 고급형 모텔로 빠르게 진화해왔다. ‘~장’들이 대세였던 여관들이 모텔이란 이름으로 바꾸기 시작한 것은 88올림픽 직전인 1987년 무렵부터였다. 장급 여관보다 한 수 높고 호텔보다는 아래인 중간 단계라는 것을 강조하는 이름이었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 모텔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대적인 리모델링 바람이 불었다. 그러면 한국에서 이렇게 모텔이 많아진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현금장사이고 돈 회전이 빨라 자본력이 있는 개인사업자들이 모텔 경영을 선호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한 금융사 간부는 “80년대 후반 부동산 경기가 폭발하면서 자본이 쌓인 소규모 사업자들이 가장 선호했던 업종이 바로 여관과 주유소”라고 말했다. 여관과 주유소는 10억원 이상의 많은 자본이 필요하지만 일단 사놓으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큰 손해를 보지 않는데다 현금장사이기 때문에 임대를 주기도 쉽다는 장점이 있어 전주들이 특히 선호했다는 것이다. 1990년대부터는 전주들이 여러 차례의 부동산 폭등기를 거치면서 주머니가 두둑해지면서 장급 여관을 모텔로 업그레이드하는 바람이 불었다. 모텔의 성업에는 성의식의 변화 못잖게 부동산의 거품이 끼어 있다는 이야기다.
카페 못잖게 유행 타는 한국의 모텔들
3회전 법칙만 달성하면 모텔로 떼부자가 되겠지만, 저절로 장사가 될 리는 없는 법이다. 3회전을 확보하기 위한 모텔들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그리고 이런 경쟁 속에서 모텔들의 변화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최근 성업중인 모텔들은 대부분 2000년대 리모델링 바람을 거친 곳들이다.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2000년부터 모든 숙박업소가 호텔이란 이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면서 모텔들의 경쟁이 훨씬 격화됐다. 외장을 독특하게 씌우는 유행에 이어 거의 호텔급으로 다시 짓는 모텔들이 많아졌다. 객실 고급화는 기본 중의 기본으로, 요즘 모텔들의 객실 변화는 일반의 예상 이상이다. 한 모텔 사장은 “비즈니스호텔은 경쟁 상대가 아니고 특급호텔 손님을 뺏어오는 게 목표”라고 큰소리 쳤다. 설비와 서비스 면에서 비용 대비 만족도는 호텔 이상이란 평을 듣는 곳들이 많을 정도다. “월풀 욕조와 스팀사우나에 컴퓨터, 공기청정기, 컵소독기, 없는 게 없더라고요. 디카가 없어서 사진은 못 찍었지만 너무너무 이쁘고 잘 쉬다 왔답니다. 신랑하고 이제 거기만 가기로 했어요.”(모가 사이트에 올린 한 여성의 모텔 사용 후기) 요즘에는 컴퓨터도 2대가 기본에 심지어 방 안에 간이 수영장, 고급 테라스까지 갖춘 곳들도 등장했다. 사이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