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연합뉴스) 정윤덕 기자 = 27일 새벽 충남 서산의 한 여관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이들 가운데 외국에서 온 근로자가 포함돼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불이 난 여관 201호에서 장기 투숙해오다 숨진 네팔인 구릉 바하드(35)씨는 2000년 10월 입국, 용역업체를 통해 막노동을 해온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바하드씨는 특히 이미 2005년 4월 체류기간이 끝나 현재는 불법체류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입국 당시 품었던 코리안 드림을 이루지도 못한 채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전락, 값싼 여관에서 장기 투숙하며 막노동을 해오다 결국 이역만리에서 불귀(不歸)의 객(客)이 되고 만 것이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유독가스를 들이마셔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국 조선족 2명도 각각 지난 8월과 9월 국내에 들어와 같은 여관에서 장기 투숙을 하면서 막노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불이 난 여관은 1975년 지어져 시설이 매우 낡았고 객실이 거의 쪽방 수준으로 좁아 객실료가 비교적 싸기 때문에 서산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장기 투숙지로 이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숨지거나 다친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장기 투숙한 근로자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오전 3시 51분께 서산시 읍내동 S여관에서 불이 나 바하드씨 등 3명이 숨지고 여관 주인 윤모(76)씨와 투숙객 등 7명이 화상을 입거나 질식해 인근 및 서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윤씨는 위독한 상태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건물이 낡은 데다 전날 기온이 크게 내려간 점 등으로 미뤄 투숙객이 난방용기를 사용하다 과열됐거나 누전 등으로 불이 났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인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