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권혁주] 너무 올랐다. 아니다, 더 오른다.
최근 들어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이런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금 선물은 온스당 1248.7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더니, 18일엔 1258.3달러까지 올랐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은 까닭이다.
유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주요 외환보유국들이 유로화 일부를 금으로 바꾸면서 금 수요가 늘어난 것도 금값 상승을 부추겼다. 18일의 금 가격은 1년 전(939.4 달러)보다 34% 오른 것이다.
금 펀드도 쏠쏠한 수익을 내고 있다. ‘블랙록월드골드증권자투자신탁(주식)(H)(A)’의 수익률은 최근 일주일 수익률이 3.1%, 1년 수익률은 34.9%에 달했다.
투자자의 관심은 금값이 더 오를지 여부이지만, 이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현대증권 배성진 연구원은 22일 발표한 ‘금, 그 고유의 가치에 주목한다’는 보고서에서 금이 아직도 투자 매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금 관련 투자자산 규모는 5000억 달러. 전체 금융자산 120조 달러의 0.4%에 불과하다. 세계적으로 재정·금융에 대한 불안감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금 투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세계 각국이 경기를 살리려고 돈을 풀어대 곧 화폐 가치가 떨어질 것(인플레이션)이라는 점도 금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부분이다.
반면 IBK투자증권 윤창용 연구원은 반대로 “금값이 좀 더 오를 수는 있겠지만 투자 매력을 가질 정도는 아니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금값 상승을 타고 중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공격적으로 금 생산을 늘리고 있으며, 최근 들어 세계 금 펀드는 자금 유입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은 늘고 수요는 둔화되는 가격 안정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들의 의견은 3분기까지 금값이 출렁거리면서도 전반적으로 상승 흐름을 탄다는 것이었다. 중앙일보·톰슨로이터 애널리스트 어워즈(Thomson Reuters·JoongAng Ilbo Analyst Awards)에서 우수 증권사로 꼽힌 곳의 리서치 센터장들에게 본지가 설문한 결과다.
<본지 6월 22일자 C1면>하반기 급값의 윗선은 대체로 1300달러라는 의견이 많았다. 18일 NYMEX 종가와 비교하면 앞으로 3.3%가량 더 오른다는 전망이다. 물론 금값이 최근 급등한 데 따른 조정을 받으면 향후 추가 상승폭은 더 커진다.
배성진 연구원은 “금 펀드는 해외에 투자하는 것이어서 원화가치가 오르면 수익이 떨어진다”며 “가장 좋은 금 투자는 실물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