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호텔의 중심지는 명동와 광화문, 강남 인근이었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웨스틴 조선호텔을 중심 호텔 상권이 형성된 광화문 일대는 사업차 방문한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홍대가 비즈니스 호텔의 중심으로 주목받으며 지리적 판도 변화가 예견되고 있다.
글 김영학
홍대는 이색 클럽과 카페, 맛집, 편집숍 등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이끄는 중심지였다. 과거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8만 원의 이른바 ‛108 작업실’이 즐비해 젊은 작가가 모여들어 개성과 실험 정신으로 무장한 문화가 꽃 피우던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유동인구가 많아지면서 임대료가 올라가자 기존에 자리잡았던 젊은 작가가 홍대를 떠나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기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났다. 대신 기획사, 출판사, 음반제작사 등이 들어서며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문화를 이끌었다. 물론 지금의 홍대는 대형 클럽, 카페 등이 들어서면서 과거의 입지가 많이 퇴색됐지만, 여전히 관광객은 넘치는 곳이다.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는 홍대가 최근 ‘호텔의 거리’로 변하고 있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합정역으로 이어지는 양화로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호텔이 줄지어 들어선 것. 사실 시작은 좀 됐다. 2013년 메리골드호텔과 호텔 더 디자이너스 홍대 등 중소형 호텔이 들어섰고 2016년에 자리잡은 아만티호텔은 비즈니스 호텔임에도 불구하고 야외 수영장 등의 부대시설을 갖추며 큰 인기를 얻었다.
문화 중심의 홍대에서 호텔업도 가능하다는 사례는 업계에 확산됐다. 올해 1월 롯데호텔의 L7, 2월에는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이 들어섰다. 이어 8월에는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서울 홍대가 들어설 예정이기도 하다.
관광객, 젊은 고객이 어우러진 입지조건
갑자기 왜? 불과 몇 년 사이, 그리고 최근 홍대에 호텔이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홍대가 호텔 입지로 급격히 주목을 받은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인 유커(Youke)의 급감과 관련이 있다. 과거 사업을 위해 방문한 외국인 대부분은 광화문과 시청, 강남을 찾았고, 반대로 관광객은 쇼핑이 편한 명동에 자리를 잡았다. 특히 유커는 명동을 중국인 전용 매장들로 바꾸어 놓을 만큼 위력이 막강했다.
하지만 작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보복으로 유커가 급감하자 명동은 타격을 받았다. 50%도 채워지지 않는 명동 호텔의 객실수를 바라보며 호텔업계는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했다.
업계에서 눈여겨 본 곳이 바로 홍대였다. 개별 관광객이 주를 이뤘던 탓에 꾸준히 관광객이 방문하는 안정적인 숙박업의 매출처로 떠오른 것이다. 개별 관광객이 꾸준히 한국, 엄밀히 홍대를 찾는 이유는 ‘힙스터(Hipster)’ 문화의 확산과도 연결된다. 힙스터란 유행과 같이 대중적인 흐름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개성, 문화를 찾는 이들을 의미한다. 홍대가 인디문화의 중심지로 자리잡은 것도 끊임없는 개성의 추구에서였다.
또 하나의 이유는 홍대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20~30대 젊은 세대도 고객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19~59세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홍대(47.9%, 중복응답)와 경리단길(46.6%)을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꼽기도 했다. 이를 플레이케이션(Playcation)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놀이(Play)와 휴가(Vacation)을 뜻하는 플레이케이션은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것을 넘어 주변의 즐길거리가 많은 도심의 호텔에 머물며 제대로 놀고 쉬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출구로 재미있는 경험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플레이케이션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바로 홍대다.
기존 홍대 호텔에서는 볼 수 없던 편의시설을 갖춘 모습은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호텔에서 여가를 보내는 것이 트렌드임을 증명해준다. L7 홍대는 서재, 게임시설, 로프톱 바, 인피니티 풀 등을 갖췄고, 라이즈오토 그래프 컬렉션은 6개의 스튜디오 타입의 파티 · 이벤트 공간, 설치 미술가가 참여한 아티스트 스위트 등을 선보였다. 홍대는 끊임없이 변화했고, 앞으로도 변화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숙박의 역할, 목적 역시 흐름을 함께 해야 한다. SNS에 시시각각 올라오는 맛집, 예쁜 카페 등이 최신 트렌드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그 이면에 있는 핵심이 무엇인지를 인지해야 한다.
숙박업이 발전하려면 ‘제대로 즐길 거리’를 ‘공유’하려는 젊은이와 관광객의 심리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또한 자신만의 문화를 추구하려는 성향 역시 중요하다.
홍대가 호텔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면서 업계가 경쟁적으로 차별화 콘텐츠를 도입하려는 것이나, ‘플레이케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고 있는 등의 흐름을 이해한다면, 차별화 전략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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